![그래미 어워드 2관왕에 빛나는 힐링 보컬리스트 그레고리 포터, 그의 음악 영웅 냇 킹 콜에 바치는 헌사 [Nat 'King' Cole & Me]](http://image.genie.co.kr/Y/IMAGE/IMG_MUZICAT/IV2/Genie_Magazine/4160/Mgz_Main_Top_20171101104354.jpg/dims/resize/Q_80,0)
새로운 꿈을 찾아준 영웅을 노래하다! 그레고리 포터 [Nat 'King' Cole & Me]
STORY#1절망 속에서 찾은 꿈
글 : 류희성
왜, 그런 순간들이 있지 않나. 좌절감과 상실감이 너무 커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들. 아마 그레고리 포터(Gregory Porter)에게는 어깨가 탈골된 순간이 그렇지 않았을까. 프로 미식축구 선수로 데뷔를 꿈꿨던 그에게 의사는 다시는 미식축구를 할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본인도 알았다. 팔이 덜렁덜렁했다고 그는 기억했으니까 말이다. 그때 그가 느낀 절망감은 단순히 좌절된 꿈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어린 시절 이미 가족을 떠난 아버지 때문에 그는 일찍이 홀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가장이었다. 체육특기자장학금을 받고 샌디애고주립대학교에 진학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유망주 선수였던 그의 머릿속에선 모든 장래계획이 엉클어지고 있었다. 온갖 생각이 복잡하게 말려 들어갔다.
당시 어머니는 암 투병 중이었다. 어머니를 찾아가 조심스럽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가 들은 답변은 그가 예상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다행이다. 이제 그 거친 운동을 하지 않아도, 감독님한테 맞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니?”
어머니의 위로는 오히려 더 큰 부담감이 되지 않았을까. 그는 쓸쓸하게 캠퍼스를 걷고 걷다가 대학교 도서관을 찾아갔다. 자신을 음대생이라 속이고 도서관의 음반을 실컷 들었다.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지만,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모든 걸 잊을 수 있었다. 그가 즐겨 들었던 것은 냇 킹 콜(Nat "King" Cole)의 음악이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자주 들려줬던 노래였다. 매끈한 목소리로 노래하지만, 그 매끈함 내면에 풍성하게 담긴 감수성을 그레고리 포터는 좋아했다.
어쩌면 노래가 자신의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는 어머니에게 가서 다시 이야기를 했다.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자 그의 어머니는 말했다. “그래, 음악과 언제나 함께해야 해. 네가 가장 잘하는 거잖니?” 그리고 이틀 뒤, 어머니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STORY#2블루노트를 만나 시작된 성공 가도
1999년, 그는 뮤지컬 <잇 에인트 나싱 벗 더 블루스>의 오리지널 멤버로 캐스팅이 된다. 그의 소울풀한 음성과 탁월한 발성은 뮤지컬 무대에 서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모양이다. 그가 앨범을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 활동하게 되는 것은 2010년이니, 그로부터 상당히 긴 시간이 지난 뒤였다. 모테마라는 재즈 음반사에서 두 장의 앨범 [Water](2010), [Be Good](2012)을 발표했다. 나이는 어느 정도 찼지만 신인이었고, 모테마가 좋은 음반사긴 하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건 아닌지라 상업적으로나 대중적으로 별다른 성과를 내진 못했다. 하지만 모테마 음반사가 좋은 앨범을 발표한다는 사실을 잘 아는 평론가들과 마니아들은 그의 음악을 놓치지 않았다. 재즈를 기반으로 소울, 리듬앤블루스, 가스펠 등의 흑인음악을 아우르는 유연한 음악성, 개성이 분명한 음성과 강력한 성량은 그를 주목하게 했다. 평단은 특급 신예의 등장에 환호했다.
그의 앨범은 그래미 시상식 후보로 올랐다. 수상까지는 하지 못했지만, 쟁쟁한 거장들을 제치고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은 그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성공 가도가 이어졌다. 상징적인 재즈 음반사인 블루노트가 그에게 계약을 제안했다. 그레고리 포터는 ‘영광스러운 순간’으로 기억했다. 그곳에서 그는 3집 앨범 [Liquid Spirit]을 발표했다. 기교를 앞세우기보다는 리듬감을 비롯한 다양한 감각적인 요소를 앞세웠다. 이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100만 장이 팔려나가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그래미 시상식에선 그에게 트로피를 내줬다. 트로피에는 ‘최우수 재즈 보컬 앨범’이라 적혀 있었다.
[Liquid Spirit]까지 활동이 그레고리 포터 자신의 음악 커리어를 위한 것이었다면, 이어서 발표한 [Take Me To The Alley]는 어머니를 향했다. 어머니에 대한 존경을 담은 ‘More Than A Woman’, 천국에서 만날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In Heaven’ 등이 수록된 이 앨범은 그가 어머니에게 헌정하는 작품이다. 앨범 수록곡 전체가 어머니를 위한 것은 아니지만 몇몇 헌정곡이 지니는 무게감은 앨범 전반을 아우른다. 본인 스스로도 어머니를 위한 작품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 앨범은 평평하게 느껴졌던 [Liquid Spirit]보다도 굴곡이 잘 느껴지는 작품이다. 통통 튀는 ‘In Fashion’, 50년대 리듬앤블루스의 질감이 강하게 드러나는 ‘Don't Lose Your Steam’, 쓸쓸한 연주와 목소리가 조화하는 ‘Insanity’ 등 다양한 색채가 어우러진다. 안정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했던 게 앞섰던 3장의 앨범이라면, [Take Me To The Alley]는 스타덤에 오른 뒤 조금은 편안하게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 작품이다.
STORY#3영웅을 소환하다
그가 이번에 발표하는 [Nat "King" Cole & Me]는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준 영웅을 기억한다는 지점에서 전작 [Take Me To The Alley]의 연장 선상에 놓인다. 전작이 그에게 용기를 주고 삶의 의미를 찾아준 어머니를 향했다면, 이번 작품은 그에게 두 번째 꿈을 꾸게 해준 영웅을 향한다. 앨범 제목에서 바로 포착하는 인물, 냇 킹 콜이다. 그가 어린 시절 어머니가 들려줬고, 방황하던 시절 대학교 도서관의 음반 열람실에서 그토록 들었던 그 냇 킹 콜이다.
어린 시절, 노래하는 그를 보고 어머니는 냇 킹 콜의 목소리가 연상된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그저 희한한 이름을 가진 인물이라고 여겼을 뿐, 냇 킹 콜이 누군지 몰랐다. 냇 킹 콜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한 그레고리 포터는 어머니의 LP장에 가서 그의 이름이 적힌 음반을 찾아냈다. 표지에는 멋진 흑인 남성이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외모에 놀란 그레고리 포터는 LP를 재생하고 다시 놀랐다. 아름다운 음성에 매료됐다. 그는 오디오에서 나오는 ‘Nature Boy’를 듣고 자신을 부르는 것으로 착각했었다고 말한다. 부드럽고 따뜻한 인상과 목소리에 그는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던 아버지의 온기를 느꼈다. 그가 냇 킹 콜을 아버지로 삼게 되는 순간이었다.
냇 킹 콜은 우아한 가수였다. 그의 노랫말은 그저 곡을 이루는 요소가 아니라, 정말 아버지가 그레고리 포터에게 하는 조언처럼 들렸다. 냇 킹 콜이 부른 ‘Smile’의 가사 “마음이 아파도 웃어요 / 마음이 무너져도 웃어요 / 구름이 가린 뒤에는 하늘이 있고, 헤쳐 나갈 거예요”라는 가사는 힘든 시간을 보낼 때마다 그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했다.
그가 솔로 가수로 데뷔하기 전에 그는 이번 앨범과 제목이 같은 뮤지컬 <냇 킹 콜 & 미>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그것이 자신의 아버지를 찾는 음악적인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저는 이 뮤지컬을 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썼어요. 제 음악 아버지는 냇 킹 콜이었죠. 뮤지컬에 사용된 곡의 절반은 제 자작곡이에요. 냇 킹 콜의 음악으로 아버지의 부재를 채우는 내용이었으니, 저로선 스스로 처방한 약과도 같은 거였죠. 이 공연에 800여 명이 왔어요. 무대가 끝난 뒤에 저는 아버지에 대해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고, 제 어머니와 냇 킹 콜의 위대한 음악에 대한 더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됐어요.”
이번 앨범 [Nat "King" Cole & Me]가 그때와 같은 방향을 향한다는 건 두말할 것도 없이 자명하다. ‘Mona Lisa’, ‘Smiles’, ‘L-O-V-E’, ‘Ballerina’와 같은 냇 킹 콜의 대표작이 수록됐다. 냇 킹 콜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그레고리 포터도 재즈 밴드가 아닌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폭이 넓은 소리를 그려낸다. 현악기가 넓고 우아한 소리를 펼쳐지면 그레고리 포터는 그 위에 소울풀한 목소리를 더한다.
앨범에서 돌출되는 곡이 두 곡 있다. ‘When Love Was King’과 ‘I Wonder Who My Daddy Is’다. ‘When Love Was King’은 그레고리 포터의 3집 앨범 [Liquid Spirit]에 수록됐던 그의 자작곡인데, 이번 앨범에선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새롭게 편곡되었다. 두 번째 곡 ‘I Wonder Who My Daddy Is’는 그레고리 포터의 곡도, 냇 킹 콜이 부른 곡도 아니다. 냇 킹 콜의 동생인 프레디 콜(Freddy Cole)의 곡이다. 이 곡을 수록한 이유는 곡의 가사가 마치 그레고리 포터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와 어머니가 겪어야 했던 힘겨웠던 이야기가 이 곡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냇 킹 콜의 동생이 제 이야기를 노래하는 게 신기했어요”라며 이 곡을 수록한 이유를 설명한다.
그는 힘겨운 순간마다 냇 킹 콜의 음악을 들었다. 그가 부상으로 인해 미식축구 선수라는 꿈을 접어야 했을 때도, 암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냇 킹 콜의 음악을 찾았다. 그가 냇 킹 콜의 음악을 듣고 부르는 건 자신을 향한 위로이자, 아버지의 존재를 찾아 나서는 여정이고, 사랑하는 어머니의 존재를 환기시키는 행위이다. 힘겨움을 덜어내면서도 동시에 힘겨운 이유다. 그가 오늘도 냇 킹 콜의 음악을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VIDEO#1'L-O-V-E' 뮤직비디오
VIDEO#2'Smile'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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