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하셨다면 피해 갈 수 없는 장르입니다. 그리고 다들 말은 아끼지만 감상이 마냥 쉽지는 않은 게 또 교향곡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개개인은 물론이고 오케스트라까지 유명한 작품만 듣고, 연주하는 게 현실이기도 하죠. 베토벤, 브람스. 차이콥스키, 말러. 오늘도 국내 콘서트홀에서는 순번이라도 정해져 있다는 듯이 유명 음악가들의 교향곡이 무대에 올라갈 것입니다.
여기서 갑자기 슬픈 감정을 드러내니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지만요. 개인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아쉽게 느낍니다.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좋은 교향곡이 이 세상에는 정말 많으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에게 상대적으로 자주 연주되지 않지만 음악성과 재미만큼은 확실한 교향곡을 골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성향과 잘 맞아떨어지는 작품을 잘 골라가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교향곡 소개를 시작하겠습니다.
음반 감상의 좋은 점은 빠르게 ‘내가 아닌 내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예를 들면 말이죠. 그런 성격도 아닌데 ‘오늘 하루만큼은 우주의 중심이 되고 싶다’고 떠올릴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만약, 정말 이런 생각이 든다면 여러분은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을 감상하셔야 합니다. 미완성으로 남은 이 곡은 ‘완성되지 못했다’라는 사실조차 폭력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대체 쓰지 못한 마지막 악장에서는 무얼 하고 싶었는지 두려움까지 드는 작품입니다. 마침 올해는 브루크너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니 그 어느 때보다 브루크너 작품 듣기 좋은 해가 되겠습니다.
우주적으로 비대해진 자아가 부담스러우시다면 순식간에 소박해질 수도 있습니다. 다른 어떤 감정도 아닌 평화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프란츠 슈베르트의 <교향곡 5번>이 좋겠습니다. 내림나장조의, 확실한 평화가 있는 이 작품은 슈베르트가 써낸 작은 규모의 작품에서나 느낄법한 정겨운 순간을 관현악 단위로 경험하게 해주는 귀한 곡입니다.
브루크너와 슈베르트의 간극이 너무 크다고 느끼거나, 어딘가에서 타협하고 싶은 분에게는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7번>이 만족스러운 음악을 들려줄 것입니다. 요하네스 브람스의 작품을 연상시키면서 낭만주의의 성향을 한껏 담은 이 작품은 교향곡이라는 장르가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를 효과적으로 설명하면서도 듣는 재미까지 전하는 명작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3악장 스케르초와 이어지는 4악장,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 부분입니다. 곡이 끝나려고 할 때, 드보르자크가 정성껏 준비한 짧은 코다가 등장할 때의 카타르시스! 꼭 경험해 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교향곡들은 말이죠, 그래도 교향곡이라는 장르 안에서 적당히 잘 알려진 작품들입니다. 따라서 이런 추천에 난처함을 표하는 분들도 계시겠습니다. 예를 들어 구스타프 말러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특히 그렇겠습니다. <교향곡 1번>이나 <2번> 같은 작품은 말할 것도 없고, <교향곡 5번>은 영화 ‘헤어질 결심’에 등장한 이후로 그나마 희미하던 생명력을 모두 잃었다는 분들, 여기도 계시죠?
이런 상황에 종종 처하는 분들을 위한 교향곡, 그 첫번째 작품은 세자르 프랑크의 <교향곡>입니다. 지금의 벨기에 리에주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은 이 음악가는 <바이올린 소나타>, <피아노 5중주> 등.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일단 쓰기만 하면 대작을 써내는 작곡가였습니다. 프랑크의 유일한 교향곡으로 기록되는 이 작품에게도 같은 말을 할 수 있겠습니다. 끊임없이, 성실하게 주제 선율을 반복해 주는 꼼꼼함과 두터운 오케스트레이션이 맞물린 걸작. 한 번쯤은 꼭 들어봐야 할 교향곡, 프랑크의 <교향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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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곡 제목 정보 페이지 | TITLE Le Poeme De L'Extase, Op.54 Chicago Symphony Orchestra | Scriabin: Le Poeme de l'extase; Piano Concerto; Promethee | 듣기 | 재생목록에 추가 | 다운로드 |
프랑크의 작품이 약간 정석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분들에게는 평생 자신의 음악 세계를 전복하기 위해 애썼던 러시아의 작곡가 알렉산드르 스크랴빈의 <교향곡 4번>을 권해드립니다. ‘법열의 시’라는 부제로 더욱 잘 알려진 이 작품은 단악장의 작품이기 때문에 종종 교향시로도 분류되긴 하지만, 뭐 아무래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스크랴빈은 장르 구분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던 인물이니까요. 그러니 음악에만 한번 집중해봅시다. 내내 불안한 느낌을 전하는 오케스트라, 그리고 그 사이를 뚫고 나오는 트럼펫의 주제 선율에 서서히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여러분은 스크랴빈이 주최하고 있는 비밀 모임의 일원이 되어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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