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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어느덧 4월에 접어들었습니다. 3월까지만 해도 가끔씩 느낄 수 있었던 추운 기운은 완전히 물러가고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죠. 사람들은 봄을 통해 긍정과 설렘의 감정을 느낍니다. 봄에만 느낄 수 있는 포근함과 따뜻함,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는 계절적 특징에서 밝은 기운을 느끼는 것이죠. 그래서 오늘은 꽃 피는 봄에 듣기 좋은 클래식이라는 콘셉트를 잡아 봄에 잘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언제나 스치듯 지나가는 짧은 봄을 이 음악들과 함께해보세요. 봄의 설레는 감정을 더욱 진하게 느끼실 수 있을 테니까요.

클래식 중에는 작곡가가 직접적으로 봄을 묘사하거나 봄의 느낌과 감정을 표현한 곡이 많습니다. 비발디의 ‘사계’는 너무나 유명하니 다들 알고 계시겠죠? 그 외에도 멘델스존의 ‘봄노래’나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그리그의 ‘봄에 붙여’,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등 수많은 작품이 있죠. 이 음악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따뜻하고 평화로운 느낌이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음악이 작곡된 시기도 제각각이고, 작곡가도 제각각이지만 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느낌은 모두에게 비슷하다는 의미겠죠? 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멋진 작품들입니다. 

저는 언제나 봄에는 오보에 음악을 듣습니다. 목관악기인 오보에 소리가 봄과 아주 잘 어울리기 때문이죠. 오보에 특유의 목가적이면서도 또렷하게 뻗어 나가는 음색은 마치 숲속에서 꾀꼬리가 지저귀는 소리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작곡가들도 오보에를 활용하여 밝고 소박하면서도 쾌활한 느낌의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모차르트의 오보에 사중주는 오보에를 활용한 대표적인 실내악 작품이자 모차르트의 모든 실내악 중 가장 봄과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보에 협주곡 또한 봄의 기운이 가득한 목가적인 작품입니다. 사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라고 한다면 19세기 독일 후기 낭만주의 경향을 이어받아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매우 복잡하고 화려하며 규모가 큰 음악을 주로 작곡하던 작곡가죠. 그런데 슈트라우스의 오보에 협주곡은 전혀 다릅니다. 화려함을 걷어내고 소박하고 목가적인 음악을 통해 오보에의 매력을 한껏 뽐내고 있죠. 1940년대에 작곡된 곡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도입부의 일렁이는 현악 반주와 이어지는 오보에 솔로를 들으면 자연스레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봄날이 연상되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비발디와 피아졸라의 ‘사계’ 중 ‘봄’입니다. 사실 봄과 관련된 클래식을 이야기하며 비발디의 ‘봄’을 빼놓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계절을 상징하는 클래식의 대표주자고 또 봄의 따뜻한 기운을 잘 표현하고 있죠. 이 곡이 작곡된 것이 1700년대 전반이니 오늘 소개한 음악들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의 귀에도 비발디의 ‘봄’은 전혀 어색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그만큼 비발디의 음악은 묘사적이고 색채적으로 생생하게 봄을 표현하죠.

탱고의 전설 피아졸라는 비발디의 ‘사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일종의 오마주와 같은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탱고의 성지와도 같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절을 묘사하며 오늘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라는 제목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죠. 20세기 아르헨티나인이 느끼는 봄이라는 계절이 18세기 이탈리아를 살아가던 비발디의 음악과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이 곡을 절대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