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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봄에 듣는 음악, 따로 챙겨 다니시나요? 봄에는 오로지 봄을 본다는 분도 계시겠고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이 하나둘 떨어지는데 무슨 봄 음악이냐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좋은 음악에는 우리가 경험하는 계절과 감정을 잊지 못하게 잡아두는 힘이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상큼한 마음으로 봄이 왔음을 노래하는 블러섬 디어리의 <They Say It's Spring>처럼요. 시간이 지날수록 몽글몽글해지는 감정을 더욱 소중히 하기 위해. 오늘은 재즈와 팝, 그리고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봄을 노래하는 음악을 모아 소개해 드립니다.

피아니스트 이로 란탈라를 중심으로 활동한 핀란드의 피아노 트리오, 음악을 한때 자주 들었습니다. 특히 서로의 얼굴을 맞대고 위를 바라보고 있는 붉은 앨범 커버가 인상적인 <Kudos>를요.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피아노만 있으면 어떤 감정이든 다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세 연주자들은 연주는 실제로 대단했습니다. 말끔한 피아노 터치로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Etude>와 아름다운 발라드 <Met By Chance>,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미셸 페트루치아니를 기리는 <Waltz For Michel Petrucciani>, 데이브 그루신 스타일의 <Happy Hour>, 그리고 트리오 토이킷 음악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Gadd A Tee?>와 <Ab Fab> 등등. 앨범 <Kudos>는 유머와 즐거움, 감동이 숨 쉴 틈 없이 펼쳐지는 재즈 트리오 앨범의 걸작입니다. 사실 이 음반, 발매된 지 20년이 훌쩍 지난 앨범이고, 트리오 토이킷 또한 2008년 이후로 활동을 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이 자리에서 이 작업을 소개하는 이유는 그간 저작권 문제로 감상이 어려웠던 <Kudos>를 이제서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기대를 아득히 뛰어넘을 음악이 담긴 트리오 토이킷의 <Kudos>. 올해 봄에 꼭 만나보시기를 바랍니다.

여기 오케스트라가 좋아 곡을 쓰는 음악가가 있습니다. 세상 모든 감정을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로 채워낼 수 있다고 믿는 음악가 코디 프라이. 미국 출신, 그리고 젊은 음악가로서는 보기 드물게 그는 관현악 사운드로 그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이 아티스트를 처음 접해보는 분들에게는 과거 이 음악가가 발매했던 음원을 다시 묶어 소개하는 앨범 <Symphonic>으로 코디 프라이의 음악을 만나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세상을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로 듣는 사람의 고백이 담긴 <I Hear a Symphony>와 비틀스의 노래를 감각적으로 커버한 <Eleanor Rigby>, 그리고 마음 따뜻한 사람의 고백을 만날 수 있는 <Photograph> 등등. 코디 프라이는 봄처럼 울리는 따스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우리에게 선사해 줍니다.

알렉시스 바이센베르크라는 피아니스트가 있습니다. 불가리아 출신의 이 연주자는 낭만주의 작품, 특히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의 특별한 연주를 들려주어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함께 앨범을 녹음할 정도로 그 실력을 인정받는 연주자였습니다. 강력한 터치로 엄청난 감동을 만들어내던 이 음악가는 그러나, 남들에게 잘 이야기하지 않던 음악적 취향을 일찍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1956년, ‘Mr. Nobody’라는 아티스트 이름으로 발매된 어느 LP에는 전설적인 샹송 가수 샤를 트레네의 노래 여섯 곡이 피아노 편곡으로 담겨 있었습니다. 현대음악과 재즈의 화성을 섞어 낸듯한 파격적인 화성 사용과 현란한 기교의 향연. 놀라운 솜씨로 이 노래를 피아노로 편곡해 낸 인물은 다름 아닌 알렉시스 바이센베르크였습니다. 이후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이 이 작업을 소개하며 21세기에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이 편곡집. <Coin de rue>, <Boum!> 등의 편곡도 좋지만 역시 가장 인상 깊은 트랙은 <En Avril, à Paris>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4월 파리의 아름다움을 실제 이상의 아름다움으로 담아낸 연주, 올해 4월에는 한 번쯤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